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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인천 송도해수욕장.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발은 까치발. 턱까지 오는 곳까지 들어가고도 쪼금만 더, 쪼금만 더... 어디까지 들어 갈 수 있는지 경험해 보고 싶어졌다.
미세하게 깊어져 가는 바닥을 믿었던게 잘못이지. 갑자기 구덩이가 나오는 바람에 꼴랑 빠졌다. "사람 살...벌컥벌컥. 아푸푸~ 꼬르륵"
간신히 발버둥 치다가 겨우 나와 켁켁 거렸다. 물에 빠지는 순간, 살려달라고 외치다가 물을 더 많이 먹었다. 그때 결심했다. 앞으로 물에 빠지게 되면 절대 살려달라는 소리 안하기로.
군대시절. 전역을 두달여 남긴 추운 겨울. 내가 근무하던 곳은 훈련하는 부대를 평가하는 통제부였다. 훈련이 시작되면 간부들이 각 훈련장을 돌며, 경계상황에 대한 점수를 기록하기도 하고, 돌발상황 발생시 각 부대 지휘관들의 조치사항을 평가한다.
파견 나가 있는 나를 데리러 지프차가 왔다. 운전석에 운전병, 선탑은 M소령, 그리고 난 뒷자리. 시간은 자정무렵. 깜깜한 강원도 산길을 구비구비 돌아 복귀하는데, 갑자기 M소령이 운전병의 오른쪽 볼때기를 주먹으로 갈기기 시작한다. "퍽, 퍽, 퍽"
사연인즉슨, 원래 M소령은 보병대대에 들러 시찰을 해야했다. 운전병이 M소령을 모시고 부대에 도착했을때 M소령은 자고 있었다. "M소령님! XX부대에 도착했습니다!" 운전병은 당연히 M소령을 깨웠고, M소령은 잠결에 그냥 사단본부로 다시 복귀하라는 지시를 내린거다. 복귀하는 길에 다른 부대에 파견 나가 있는 나를 태운거고...
"퍽, 퍽, 퍽..." 그 운전병, 족히 50대는 맞았다. 무슨일이 있어도 자기를 깨웠어야지 왜 다시 본부로 복귀하느냐는게 때리는 이유다.
난 두달 있으면 전역. 운전병은 일병 단 지 2개월. 좌측은 낭떠러지.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운전하는 병사를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M소령에 대한 경멸. 운전병이 군생활 포기하고 핸들을 절벽으로 틀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
'제발 저 운전병이 꿋꿋하게 버티게 해 주소서...' 군대라는 특수상황이라 말리는건 엄두도 못 내고... 운전병이 끝까지 의지를 잃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사단 사령부에 무사히(?) 도착했다. 복귀해서 다른 병사들과 그 때의 상황을 얘기하며 M소령을 질근질근 씹어댔다. 난 그 운전병 어깨를 연신 두드리며 살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 운전병 曰 "낭떠러지로 핸들 틀을까 말까 두번 고민했습니다..."
3. 26살. 군 전역 후 2년. 엄청난 체력을 바탕으로 주구장창 술을 먹어대던 시절이다. 새벽까지 마시고, 두어시간 자다가 출근하고, 그 날 저녁에 또 마시고...
봉천동 복개천 도로의 중앙선은 화단 비쓰무리 하게 만들어져 있다. 새벽 3시 정도로 기억한다. 그 중앙선 화단에 서 있는데(무단 횡단^^) 500m 정도 되는 거리에서 자동차 브레이크 파열음이 들려왔다.
난 자동차가 그렇게 빠른지 그 때 처음 알았다. 영화에서는 빠르게 오는 자동차를 보고 쉬리릭 피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림없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던 그 승용차가 하필 내가 서 있는 곳에서 기우뚱하더니 화단을 넘어 내게로 돌진해 왔다. 화단에 튕긴 승용차 옆면이 내 눈앞에 보였다. 그 짧은 순간에 26년 동안 내 삶의 기억이 파노라마 처럼 눈앞에 보인다. 난 반대편 차선으로 튕겨졌고, 안경 날아가고, 삐삐 날아가고...
중앙선에 있던 내가 반대편 2차선까지 튕겨나갔다. 부딪히는 순간 안경이 날아가서 그 차의 번호판을 보지는 못했지만 숨도 안쉬고 핸들 돌려 도망가던 두 젊은놈은 보이더라. 그 와중에도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중앙선 쪽으로 몸을 굴렸다. 다행이도 차량이 드믄 새벽시간이라 뒷차에 깔리지는 않았다.
입고 있던 두꺼운 가죽잠바 등부분이 다 까졌다. '가죽잠바가 아니었으면 내 등이 저렇게 까졌겠지.'
사이드미러가 떨어져 있었는데, 당시에는 과학수사가 발달한 시기가 아니어서... 도망 간 놈들 아직도 못 잡았다 ㅠ.ㅠ # by 꼽추 | 2007/08/17 01:08 | 꼽추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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