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점포도 매스컴 태워주세요

- '큰 돈 벌어주는 매스컴 이렇게 하면 탈수있다.' 본문 중에서-


명동 유네스코빌딩 건너편 개양빌딩 11층에 있는 엘리트 안경점.
인근 직장인들은 물론 심지어 경기도 부천, 수원 등에서 물어물어 찾아오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무엇이 빌딩숲에 묻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이곳으로 홀린 듯발걸음을 이끌고 있는 것일까.
IMF한파 이전에는 하루에만 2천만원 어치나 팔기도 했으니.
엘리트가 처음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84년 개점 이후 은행을 비롯한 기업들과 단체 계약을 통해 월 4천만~5천만원 어치의 안경을 팔고 있었다.
그런 만큼 일반인들은 이곳에 안경점이 있는지도 몰랐다.
교통이 그리 편한 것도 아니다.
엘리트 안경점은 찾으려면 일단 지하철 을지로역에서 내려 메트로미도파 건너편 명동 입구로 들어오다 유네스코빌딩을 찾는다.
한숨 돌린 다음 길 맞은편 개양빌딩으로 들어가 11층행 엘리베이터를 타야 할 정도로 찾기 쉽지 않다.
그러나 '안경대통령' 김영근 씨가 온 뒤로는 달라졌다.
안경점이 매스컴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안경대통령이 홍보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하다.
95년 말부터 안경 값을 내려 파는 점포들이 심심찮게 신문에 소개됐다.
당시 엘리트에서 거래처 영업을 맡고 있던 김씨에게 문득 이런 생각이 떠 올랐다.

'우리보다 작은 곳도 기사로 나오는데‥.'
무작정 조선일보 문화부 J기자를 찾아갔다.

"우리도 싸게 파는데, 기사 좀 내주세요."
당돌한 요구에 황당해진 J기자는 김씨를 휴게실로 안내했다.
한잔의 커피를 앞에 두고 영업(?)이 벌어졌다.
J기자는 김씨의 해박한지식(知識)과 열정에 감탄했다.

헤어질 때 안경대통령에게 한 마디조언을 해줬다.
"신문사를 찾아을 땐 자료를 만들어 들고 다니시오."
그 다음 주 조선일보의 '대형 안경점들 가격할인 서비스'에 엘리트 안경점이 처음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가게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내친김에 동아일보, 한국경제, 내외경제신문 등에 보도자료를 돌렸다.


'안경가격 파괴'가 일반화됐을 때 이벤트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97년 강남에 자신의 안경점 '안경대통령'을 개업한 직후 박찬호-선동렬 열풍이 불었다.
당장 한달간 특별행사에 들어갔다

우리의 스타 선동렬, 박찬호
이름 같은 분은 안경 공짜
이름 2자 같으면 30%할인
이름 1자 같으면 20% 할인

거의 모든 신문에서 화젯성 기사를 쓰는 바람에 '안경대통령'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다.
김씨가 이 행사에 든 비용은2백10만원.
이름이 똑같은 사람70명에게 3만원짜리 안경을 준 것과 보도자료를 보낸 팩스료가 전부였다.
물론 철저한 고객관리가 따랐다.

"지난번 기사로 소개한 안경점 정말 정직합니다.
글쎄 안경은 안팔고 안과(眼科)부터 찾는게 급하다고 솔직히 말합디다.
덕분에 실명(失明) 위기를 넘겼습니다."
조선일보 J기자는 출근하자 전화 한 통을 받고 하루종일 뿌듯함을 느꼈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기사를 읽은 독자 한 사람이 엘리트 안경점을 찾아 '안경을 맞춰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손님의 이야기를 듣던 안경대통령은 '눈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 간단한 검사를 해본 뒤 안과를 찾아 가도록 권유한 것이다.
김씨가 연락하고 지내는 기자는 2백여 명에 달한다.
그는 기자를 처음 만날 때는 미리 예습을 한다.
PC통신에서 기사를 찾아 읽은 뒤 해당 기자에게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를 밝힌다.
이런 탓에 그를 만난 기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이렇다.

"오늘 기사 꺼리 한 건 건졌네"

물론 기사가 나간 뒤 사후관리도 철저하다.
안경테 보상판매 보도자료를 냈을 때의 일이다.
다른 신문에는 모두 '중고 안경테 3천~3만원 보상 이라는 기사가 실렸는데, 유독 A경제지에만 '중고 안경테 3만원 보상'이라고 보도됐다.
담당기자가 잘못 이해한 것이다.
안경 대통령은 모든 직원을 불러모았다.

'A신문을 읽은 손님 이 찾아오면 일단 다른 신문을 보여주고 양해를 구하라.
그러나 한번 말해 수긍하지않으면 기분 좋게 3만원까지 보상해주라'

안경 대통령이 보내는 보도자료는 애교가 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보도자료 가운데 그가 보낸 것은 용케도 찾아낼 수 있도록 만든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기자에게 읽히는 자료는 그만큼 신문이나 방송에 소개될 가능성이 높다.



TIP. 기사 소스(Source)

신문 분량은 매일 40페이지가 넘는다. 기자들이 어디서 이 많은 기사의 소재를 얻을까?
미국 기자들의 경우 홍보자료에서 가장 많은(27%) 소재를 얻고, 기자 자신의 취재 15%, 출입기관 14%, 연구기관의 간행물 9% 순이었다.
반면 힌국에서는 기자들의 보도자료에 대한 의존도가 80%로 조사됐다.
물론 기자들이 보도자료에 대한 일차적인 가치평가를 한다지만 보도자료만 잘 쓰면 매스컴을 탈 가능성이 그 만큼 높아지는셈이다.
-힌국언론연구원 '경저보로' 에서 인용-

by 꼽추 | 2007/07/18 23:34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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